내 연주의 역사??? 원래 이걸 쓰려고 했던게 아닌데.... 일상

. 내가 일요일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점심시간 이후 잠깐 비어있는 30분, 피아노 앞에 앉아있을 때.
교회의 가장 큰 예배당이 그 시간만은 아무도 없이 고요하다. 그 거대한 공간이 나만을 위해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고, 하늘위의 그분과 가장 가깝게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게 하기위한 반주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별로 즐겁지가 않다. 박자를 잊을 까봐 코드를 네번씩 꾹꾹 눌러주는 건 지겹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부터 음악을 하기에는 정말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악기 한번 만져보지 못한 사람들보다는 낫지만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는 얘기. 드럼을 치기 시작할 때는 교회의 드럼이 너무 구렸다. 크래쉬 심벌은 깨진 아궁이를 치는 느낌이었고 탐은 답답하기 그지 없는 소리를 냈다. 드럼을 치는 형이 조율을 하지 못하게 했었기 때문에 내가 소리를 바꿀 수도 없었다. 그래서 드럼을 칠 때는 탐과 크래쉬를 최대한 적게 치는 방향으로 갔었다. 스네어랑 하이햇, 라이드 심벌은 그나마 나쁘지 않은 느낌이라 최대한 3개의 조합으로 끝을 보려했다. 고등학교 입학 한 후 밴드 오디션을 볼 때 밴드리더가 왜 너는 하이햇이랑 스네어, 베이스 드럼만으로 필인을 넣냐고 물었을 때야 아 내가 잘못 된 버릇을 들였다는걸 알았다. 아 탐이란 것이 이런 소리를 냈었지...연습곡으로 엔터샌드맨을 처음 쳐봤을 때 아!!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대학교 때 교회를 옮기고 나서는 드럼을 잡는 일보다 피아노를 칠 때가 많았다. 교회 반주자들은 클래식 전공자들이라 성가대 반주나 성악곡에는 강점을 보였지만 그 외에는 그닥이어서리-_-; 생각해보면 내가 잘했던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학교에서 뭘 배운건지 모르겠다. 아니 평소에 듣는 음악이 있을텐데 그 좋은 귀랑 환경을 가지고 그렇게밖에 못했던 것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 또 열받네. 각설하고 그 때는 찬양단 반주에 피아노랑 신디 칠 사람이 없어서 드럼대신 피아노를 잡게 됐다. 찬양단 반주를 한 사람이 오후예배 반주까지 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목사님이 박치다-_-; 가끔 필이 오시면 찬양단 노래에 맞춰 노래를 부르시는데 막 먼저 나가시고 느리게 나가시고 장난이 아니다. 마이크를 끄고 하시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으시고...성도들이야 은혜롭다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 죽을맛이었다. 결국 특단의 대책으로 그래 내가 박자를 상기시켜드리자!!! 프로젝트. 멜로디라인을 치기보다는 박자에 맞춰서 코드와 멜로디 라인을 세게 쳐주는거다!!! 이게 효과가 좋았다. 언제나 엇나가시던 목사님이 확 엇나가거나 하는 사태는 없어졌다. 가끔 한박자를 빠뜨리시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그게 또 굳어져서 오랜만에 친구들앞에 연주를 해보니 너 원래 이렇게 했었냐? 라는 물음을 받고나서야 아 맞다 내가 이렇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교회 목사님도 박치. 그래서 요즘도 똑같다. 예전 그 분 만큼은 아니지만ㅜㅜ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그런 피아노를 안치는 때가 있다. 예배당이 비어있는 30분. 뭐 제대로 된 연주를 하는 건 아니다. 너무나도 성스러운 곡을 단조로 바꿔보기도 하고 뽕짝 리듬으로 쳐보기도 하고. 모르는 곡 있으면 대충 빠른 속도로 연주해보기도 하고...즐겁다. 그냥 내 생각대로 내 맘대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겁다. 커다란 그랜드피아노라는 점도 맘에 들고...필 받는 곡이 오면 맨밑의 옥타브까지 동원해서 아주아주 웅장하게 칠 때가 있는데 가끔 사람들이 먼저 와있으면 쫌 부끄럽기도 하지만 뭐 나만을 위한 시간인데 이러면서 뻔뻔하게 치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그 시간을 뺐겼다. 애들 보는 선생님 한분이 안와서 거기에 지원을 가게 됐다. 거기서 벌어졌던 일들을 쓰려고 했는데 오늘 피아노 전공하시는 이웃분과 대화하다가 옛날 생각이나서 이 얘기를 쓰게됐다 -_-;;; 썰은 내일 풀어야겠다. 피곤피곤...

오늘 하루를 마친다.

덧글

  • 2013/10/08 09: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08 17: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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